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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 <봄 - 빛과 결>


<봄 - 빛과 결>


소울아트스페이스는 202049일부터 623일까지 봄의 기운과 생명력을 풍성하고 원숙한 이미지로 담아낸 김덕용 작가의 <- 빛과 결>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김덕용 작가의 신작 30여점 이상이 공개되며, 새로운 시리즈의 작품도 소울아트스페이스를 통해 첫 선을 보인다. 

 

돌이나 금속보다는 무르지만 생명이 있는 것 중 가장 단단한 매체가 나무일 것이다. 어두운 땅 속, 생을 다했을 것 같은 씨앗으로부터 기적처럼 싹을 틔우고 성장을 넓혀간 에너지와 역사가 깃든 나무는 인류에게 아낌없이 도움을 주고 다양한 문화를 발전시키며 풍요로운 삶을 선사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창작활동의 바탕이 되는 종이 또한 나무로부터 온 것이듯 김덕용이 나무를 캔버스 삼아 작품을 제작하는 이유는 그 존재 자체가 주는 ()’ 때문이다.


사용한 사람의 흔적이 밴 나무는 절대 뒤틀리는 법이 없어서 그림의 좋은 바탕이 된다고 한다. 김덕용은 오래된 가구나 나무문의 판을 깎는 등 고목을 다듬어 그 위에 가구용 안료, 석채, 단청 재료를 혼합하여 채색한다. 나무 위에 이미지를 판 후 속을 채우고 표면을 갈아내는 상감법을 응용하거나 나전칠기의 방식을 따라 자개를 붙이기도 한다. 나무와 자개가 가지는 구조적이고 견고한 재료의 특징은 회화, 건축, 공예의 기법을 다양하게 실험하기에 적합하다. 책을 통해, 혹은 장인들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직접 실험하며 다루기 쉽지 않은 재료들을 세심하게 만지는 그의 손길은 힘이 있으면서도 때로 부드럽게 선을 긋고 면밀히 색을 입히는 섬세함이 동시에 요구된다. 한국적인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겠다는 어린 시절의 포부는 깊은 연구를 거듭하며 재료부터 기법까지 모두 한국 전통에 기인한 것으로 완성되었다.

 

김덕용은 나무의 나이테 동심원을 그대로 살려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만드는가 하면, 파내고 갈라진 거친 표면에 전혀 구애받지 않은 유려한 풍경을 펼쳐내기도 한다. 봄의 주제에 걸맞게 다양한 꽃을 다룬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향기 높은 꽃을 피우는 홍매화, 분홍빛 가득한 복사꽃, 관대한 사랑이라는 꽃말답게 드넓게 펼쳐진 <자운영>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려내었다. 금빛 산수유가 여러 개의 창에 그려진 <차경-산수유>는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지는 마음의 창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봄의 빛과 결을 담아낸 그림에는 나무의 표면을 까맣게 태운 작업도 다수 보인다. 봄의 전형과는 사뭇 대조적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이 태움은 소멸이 아닌 재생, 되살림이다. 겨울을 지나 소생하는 봄의 기운과 생명력을 강조하며 꽃을 더욱 도드라지고 간절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어준다. 숯가루를 잘게 쪼개 빼곡히 얹고, 자개를 더해 옻칠로 마감한 <심현의 공간>은 작가의 우주를 표현한 것이다. 미지의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빛은 기나긴 겨울의 어둠을 거치고 생동의 봄빛을 향한 지점과 닿아있기도 하다. 쓰임을 다하고 태워져 숯이 되어서도 예술의 일부분이 되는 나무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더욱 완숙한 기량으로 끊임없이 도약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김덕용의 신작에서도 그만의 정겹고 소박한 정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김덕용의 창을 통해 산과 들에 피어난 봄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에도 봄빛이 차오르는 것 같다. 어두운 새벽을 밀어내고 떠오르는 해, 추위로 얼어붙었던 표면을 뚫고 살아난 역동적인 봄의 빛과 결을 따라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우리 삶에 위로와 희망의 꽃잎을 틔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덕용(1961~)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국내는 물론 일본, 독일, 영국, 미국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다수의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박수근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외교통상부, 스위스한국대사관, 아부다비관광문화청, 에미레이트 전략연구조사센터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