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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gchae Son <The Tree of My Life>
손 봉 채 <내 인생의 나무> 
2 December, 2020 - 17 February, 2021

Installation Images
Hall 1

 
Hall 2 

 
Hall 3 

 

Press Release

소울아트스페이스는 개관 15주년을 기념하여 2020년 12월 2일부터 2021년 2월 17일까지 설치미술가 손봉채의 <내 인생의 나무 - THE TREE OF MY LIFE> 전시를최한다. 손봉채 작가는 2013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소울아트스페이스와 꾸준히 인연을 맺어왔으며, 이번 개관기념전은 대표시리즈인 ‘이주민’과 새롭게 선보이는꽃들의 전쟁’까지 그의 입체회화 흐름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보기 드문 무대이다.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싹을 틔워 한그루의 나무로, 또 고목으로 성장해가는 존재들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공유하는 자리이기도하다. 그만의 손길로 특화된 입체회화 20여점이 갤러리 1, 2, 3관에서 전시된다. 


올해 개관한 국립광주과학관의 야외 입구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형물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설치되어있다. 높이 25미터, 무게 110톤, 지구의 자전축을 의미하는 23.5도가 기울어진 대형 설치는 제작기간만 4년이 걸린 손봉채 작가의 작품이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도전을 형상화하며 최첨단 공학기술과 예술이 접목된 키네틱아트는 쉼 없이 돌아가는 외발자전거의 페달이 인상적이다. 2020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탄생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봉채는 1997년 광주비엔날레 최연소 초대작가로 참여하면서 270대의 외발자전거로 키네틱 아트를 선보였는데, 삐걱거리고 불편한 소음을 내며 뒤로 가는 외발자전거는 부당한 권력에 짓눌려 아무리 달려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소시민의 자화상을 표현한 것이었다.


이후 한국전쟁과 5·18 등 한국 근현대사와 소외계층에 대한 고찰, 사회에 대한 비판을 서정적으로 풀어내며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 예술가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고, 특히 독보적인 입체회화(패널 페인팅)의 장르를 개척했다. 그의 대표 시리즈인 이주민-Migrants’은 산업화의 희생자로 개발에 밀려 이리저리 떠도는 인생에 대한 강한 연민을 담고 있다. 제 땅에 살지 못하고 뿌리 채 뽑혀 도시 조경수로, 정원수로 팔려가는 소나무를 보면서 산업화에 밀려 선진국이나 대도시로 살길을 찾아 떠도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다름없다고 느꼈다. 자신 또한 타국에서 유학하며 경험했던 방랑의 시간을 배경으로 모국을 떠나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삶을 대변하고 있는 연작들은 동양적 미감과 현대적 기술이 함께 어우러져있다. 


다섯 장의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위에 각각 세필로 그린 후 그림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2센티 간격을 두고 패널을 설치한다. 캔버스가 아닌 폴리카보네이트의 유화작업은 덧칠이 불가능하여 실수할 경우 아예 지우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보다 신중한 손길을 필요로 한다. 겹겹이 쌓인 5장의 패널은 가까이는 선명하고 뒤는 아스라한 풍경을 선사하며 생경한 입체감과 공간감을 드러낸다. 작품의 또 다른 장치는 패널 후면에 설치된 LED 조명이다. 사실적으로 표현된 나무와 조명의 빛이 뿜어내는 몽환적인 풍경은 유화이지만 화선지에 먹이 번져나가듯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느낌을 선사하며 신비롭고 깊이감 있는 화면을 완성시킨다. 중첩된 폴리카보네이트는 역사의 두께를, 조명이 켜졌을 때와 꺼졌을 때 전혀 다른 분위기로 연출되는 장면은 상황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는 역사적 현실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주민’ 외에도 ‘물소리 바람 소리’ 연작에서 시골 동네 어귀에 말없이 서있는 당산나무의 생애를 생각한다. 그늘이 되어주고, 비바람을 막아주며 동네사람들과 함께 해온 수백 년의 시간, 당산나무가 품어온 뜨거운 사연에 주목한다. 최근에는 각 나라의 국화를 소재로 한 ‘꽃들의 전쟁’ 연작을 시도하며 외견상 평화로워 보이는 지구촌의 속사정에 대해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각 나라의 국화들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을 만들어내며 입체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나가는 중이다. 


공감과 연대의식, 남다른 상상력으로 형식과 미학의 측면에서 다양한 사유를 제시하는 손봉채의 작품은 각자의 마음속에 어떠한 나무 한 그루를 키우고 있는지 질문한다. 저마다의 이름을 불러줄 때에 비로소 개별적 존재로 비상하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작가는 자신의 시선이 제공하는 상상력 속에 넘치는 위로와 공감을 찾아 나설 것을 관객에게 제안한다. 무엇보다 코로나 19로 ‘나’에 관한 근원적 질문이 제기되고, 주변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요구받는 현시점에서 ‘내 인생의 나무’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