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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규선의 風•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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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아트스페이스는 2019년 10월 10일부터 11월 10일까지 제 1, 2, 3 전시실에서 차규선 전시를 개최한다. <차규선의 風•景> 타이틀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는 차규선의 심상풍경이 담긴 신작 26여점이 공개되며, ‘풍경’, ‘꽃’, ‘너바나’ 등 그의 대표적인 시리즈 전체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차규선의 회화전반은 분청사기를 평면화한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청사기는 청자나 백자와 달리 자유분방하고 실용적인 형태와 다양한 분장기법을 지닌 한국의 도자기이다. 창작의 고통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시절, 캔버스에 흙을 바르고 분청사기의 표면처럼 흰색 안료를 바르거나 흩뿌리며 상처를 내던 것이 지금의 그림이 되었다. 경주에서 살던 어린 시절 짓무른 땅에 나뭇가지로 낙서를 하듯 뚜렷한 목적도, 잘 그리려 하지도 않던 자신의 무위한 행위가 예술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이후 2001년 호암미술관에서 개최했던 <분청사기 명품전>에서 만난 분청사기조화수조문편병(粉靑沙器彫花樹鳥文扁甁)(15세기)에서 영감을 받아 분청회화(粉淸繪畫)를 발전시켜나갔다. 


그는 도자 흙과 수성 안료를 섞어 베이스를 하고, 아크릴이나 흰색의 안료를 덧칠한 후 나뭇가지, 나무주걱, 부러진 붓 등을 이용해서 풍경이나 사물의 형상을 그린다. 그 위에 아크릴을 흩뿌리거나 오일 또는 먹을 이용해 작업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중간과정에서 채색된 캔버스에 물을 뿌려 번짐이나 빈티지한 효과를 주기도 한다. 안료보다 두껍고 거친 재료를 다루기 위해 붓보다 나뭇가지가 적절했을 수 있고, 자유분방하고 독창적인 작가 정신을 담고 있는 차규선만의 방식이기도 하다.  


차규선의 <풍경>시리즈의 경우 본 작업이 시작되면 바탕의 흙이 마르기 전에 당시의 직관이나 감성에 의해 몰아적인 상태에서 순식간에 작품을 완성한다. 그리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예술적 감흥을 자아내는 즉발성, 미리 눈으로 보고 생각했던 것과의 차이, 서서히 건조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결과물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까지 긴장되는 작업의 과정을 거친다. 전국의 자연을 찾아다니며 담아낸 한국의 자연 풍경, 구체적으로 사계, 계곡, 산, 꽃, 눈, 폭포, 소나무 등을 형상화하고 있는 이유는 고향 경주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영원성의 표상이며, 정서적 산물이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동서고금의 예술가들에게 무궁한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는 자연 앞에서 겸허하게 스스로를 자각하며 시대에 맞는 방법론과 미감으로 작품을 표현해내고자 한다.

 

오랜 시간 재료를 다루며 체득한 능숙함과 훈련된 강한 필치로 시를 읽는 듯 간결한 표현을 이루어낸 차규선의 회화는 시대의 조류나 전통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대상의 해석과 과감한 화면의 운용을 보여준다. 작업방식과 작가만의 감성으로부터 기인하는 강한 동양적 정취와 함께 분청사기가 가진 단아한 역동성을 담아내고 있는 차규선의 분청회화를 감상하며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차규선(1968~ )은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북경과 서울, 제주, 부산, 대구 등에서 25회 이상 개인전을 가졌고, 국내는 물론 영국, 스위스, 싱가폴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출품했다. 자연의 풍경을 나타내지만 사실적 묘사가 아닌 마음의 풍경 즉 심상풍경(mindscape)를 그리며 진정성 있는 작가로 기억되고자 하는 차규선은 20여 년간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묵묵히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